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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상선내분비외과 홍석준 교수
2022.02.22

우연(偶然)으로 운명(運命)을 바꾸다

갑상선내분비외과 홍석준 교수

 

 

 

우연(偶然)과 운명(運命)은 한 끗 차이라는 말이 있다. 우연히 얻은 기회가 운명을 바꿀 수도 있단 말이다. 홍석준 교수가 딱 그랬다. 홍 교수가 내분비외과를 택한 데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마치 잃어버린 퍼즐을 맞춘 듯 내분비외과는 홍 교수의 적성에 딱 맞았다. 원체 무뚝뚝한 성격이라 환자에게 곰살맞진 못했지만, 오히려 홍 교수의 이성적인 태도와 냉철한 판단력이 환자에게 정확한 진단을 내리고 수술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그렇게 운명처럼 홍 교수는 내분비외과 전문의가 됐다.

 

합병증 발생률 0%‘ 수술법

갑상선암은 재발률과 전이 가능성이 커 평생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때문에 수술 시 종양을 포함한 갑상선 전체, 전이된 임파선까지 모두 제거해야 재발률을 최소한으로 낮출 수 있다. 이때 갑상선에 붙어있는 부갑상선까지 제거될 수 있는데, 이로 인해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진다.

그래서 처음엔 갑상선 조직을 일부 남긴 채 부갑상선을 분리·보존하는 비교적 쉬운 수술법이 대세였다. 하지만 환자마다 부갑상선의 해부학적 위치가 달라 모든 환자에게 같은 수술법을 적용하기 어려웠고, 좋은 결과도 얻을 수 없었다.

이러한 기존 수술법의 한계를 느낀 홍 교수는 오랜 연구 끝에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수술법을 고안해냈다. 바로 부갑상선에 분포하는 혈관만 분리해 갑상선 조직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방법이다. 이때 미세한 부갑상선 혈관을 분리·보존하는 과정에 고난도 술기가 요구된다.

홍 교수는 특유의 정교하고 섬세한 술기로 지난 30년간 1만 례 이상의 갑상선암 수술을 집도했다. 독보적인 기록이 증명하듯 환자들 사이에서 홍 교수는 암을 깔끔하게 절제하는 의사로 정평 나 있다.

제가 고안해낸 수술법은 기술적으로는 아주 어렵지만 합병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습니다. 덕분에 제가 수술한 환자에서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 발생률은 0%로 유지되고 있죠. 아마 이런 성적은 세계기록에서도 찾기 힘들지 않을까요?(웃음)”

 

 

 

세상에 착한 암은 없다

우리나라 갑상선암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유두상 갑상선암은 갑상선암 중에서도 예후가 가장 좋아 착한 암으로 알려져 있다. 악성종양인 경우엔 바로 수술해야겠지만, 요즘엔 림프절 전이가 없고 크기가 1cm 미만인 미세 유두상 갑상선암에 대해서는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로 크기 변화 등을 관찰하는 추세다.

하지만 세상에 착한 암이 어디 있겠는가? 미세 유두상 갑상선암도 암세포에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공격적인 암으로 변한다. 혹여 전신의 다른 장기에 전이라도 된 경우엔 예후가 급격히 나빠진다. 그래서 현재 홍 교수는 미세 유두상 갑상선암의 예후를 예측할 주요 인자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미세 유두상 갑상선암은 크게 진행성과 비진행성으로 나뉩니다. 이를 구분할 수 있는 임상적, 분자생물학적 예측 방법이 연구결과로 증명된다면 과학적 근거에 의해 선택적으로 수술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외과 의사라는 책임감

홍 교수의 진료 철학은 아주 간단하다. 외과 의사로서 책임감을 갖고 수술하는 것. 수술은 너무 과해도, 너무 부족해도 안 된다. 그렇기에 어떻게 해야 환자에게 옳은 방향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 지금 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끊임없이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 홍 교수의 신념이다.

환자의 병기에 따라 적합한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외과 의사에게 주어진 책임이죠. 모든 환자에게 천편일률적인 수술을 할 게 아니라, 환자 개인의 특성과 암의 진행 정도에 따라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수술 후 합병증을 최소화할 자신감과 그를 뒷받침할 술기가 있어야 비로소 집도의(執刀醫) 자격이 주어진다고 생각합니다.“

 

 

▲ 홍석준 교수가 자필로 작성한 인터뷰 질문지

 

때로는 백 마디 말보다 진솔한 말 한마디가 사람을 움직인다. 이번 인터뷰를 위해 집무실을 찾은 필자에게 홍 교수는 A4용지 한 뭉치를 건넸다. 건네받은 종이에는 미리 보낸 질의서에 대한 답변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나름 고민해봤는데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며 담담히 전한 한 마디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의정부을지대학교병원에서 갑상선내분비외과의 기초를 다지며, 외과 의사로서 남은 시간을 경기북부 환자에게 봉사하고 싶다는 홍 교수. 그가 있기에 갑상선내분비외과의 미래는 밝게 빛나고 있다.

 

콘텐츠 담당자 : 홍보팀